1.1/ CEO의 성향이나 결심: 사실, 모든 고려요소를 다 떠나서, CEO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라든지, 평소에 그렇지는 않지만, 특정 위기 상황에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겠다고 할 때, 이는 대변인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CEO가 나름대로 자신이 있고, 자기의 스타일이 있는 경우인데, 이런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자주 CEO가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1.2/ 사업의 특성: CEO의 성향이 개인적 고려요소라면, 조직적 고려요소는 사업의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굴뚝 산업보다 앞에서 포스팅을 한 Apple이나 Skype, 혹은 게임 산업 등 보다 '젊은' 비즈니스 모델(web 2.0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보다 많은 경우에 CEO가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고, 고려요소 중의 하나는 되는 것 같습니다.
1.3/ 위기 사안의 특성: 대변인을 결정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관련 사안의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약산업에서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한다든지하는 인명사고, CJ의 급식사고처럼 국민들의 건강과 관련되는 사고, 마텔의 완구 리콜처럼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되는 사고 등등, 사안 자체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와 심각도, 공공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CEO가 나서야 할 것인지가 결정이 됩니다.
오늘 새벽 애플관련 포스팅에서 정용민 부사장님이 지적한 것 처럼, 너무 많은 사안에 CEO가 나서면, PR팀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와대나 애플의 경우도 비슷한 사정으로 판단됩니다.
2. 어쩌다가 상점에서 불만을 가진 고객들이 "사장(매니저) 나오라구 그래!"하면서 고함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Web 2.0과 관련하여, 위기관리의 패러다임을 고민하다보니, 점차, 당장 1-2년내는 아니겠지만, 조직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장 나오라구 그래!"라는 공중들의 요구가 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 5월 10일과 11일, 뉴욕의 Metropolitan Club에서 Harvard Business School이 IABC(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siness Communications)와 함께 <Chaos in the public square: Strategic implications of the rapidly evolving landscape of corporate speech>라는 컨퍼런스를 열었는데요. Reputation분야에서 한 내공하는 Charles Fombrun이나 Burson-Marsteller, 로펌의 변호사, 정부측인사들이 함께 모여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도전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컨퍼런스 리포트를 읽다가 제 눈을 끈 말이 있었습니다. "It is a difficult time to be a (marketer or) communicator."
이 말을 보고는 저는 삼천포로 빠져, 과연 PR에서, 그리고,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기자들은 PR회사의 AE보다는 인하우스의 홍보 담당자, 더 나아가서 담당자나 임원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은 어느 정도 홍보 채널이나 메시지의 통제가 가능했고, 그렇게 '통제'해왔습니다.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는 '통제'를 강화시킨 것이라, 그 점에 있어서는, 사실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트렌드로 보입니다)
그러나, web 2.0에서 personal media가 끼치는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되고, PR에서 참여와 대화가 현실 속에서(in reality) 주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되면, 점차 '대신하여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의미에서 '대변'인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정부 각 부처 담당자가 브리핑을 하던 것에서, 대변인을 신설해나가는 것이 과연 맞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 PR 2.0의 Brian Solis는 이제 PR이나 Social Media에서는 target audience이니 message란 용어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관련 포스팅). 대화란 기본적으로 1:1이기 때문이지요. 이를 보면서, target audinece라는 개념이 무색해지고, 1:1 모드의 PR이 되어간다면, 그만큼 대변인의 입지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동시통역자가 아닌다음에야, 대화하는데, 대변인을 중간에 끼고 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그 이유입니다.
Richard Edelman의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CEO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이슈가 생겼을 때, 직접 블로거들과 대화를 해야지, 평소에는 블로깅을 하다가, 이슈가 생겼을 때는 대변인을 통해 일방향으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CEO블로그가 앞으로 확산될 것이 맞다면, 이러한 대변인 역할의 축소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 보는 것이지요.
제품에 대한 marketing communication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봅니다. Web 2.0시대에는 그 제품을 담당하고 가장 잘 아는 Product(brand) manager가 직접 '대화'를 하게 될 것입니다. 홍보팀을 거쳐서 커뮤니케이션하기에는 web 2.0과는 잘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지요.
4.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It is a difficult time to be a marketer or communicator"라는 말이 두 가지 의미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4.1/ "마케터/CEO 역할 해 먹기 힘들다": 마케터들이 과거에는 마케팅만 신경쓰면 되었고, 홍보일은 홍보팀이나 에이전시에 맡기면 되었지만, web 2.0의 환경속에서는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직접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EO 역시, 과거에는 PR을 대변인이나 PR담당자에게 맡길 수 있었지만, 점차, 자신이 직접 대화를 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4.2/ "커뮤니케이터(홍보실무자) 역할 해 먹기 힘들다": 저는 점차 '대신 해 주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지금과는 달라지거나, 입지 자체가 축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PR을 Conversation으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PR의 현실이 될 때(이제 시작이지, 아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화를 대신해주는 프로페셔널'로서의 PR 실무자는 어쩐지 어색하게 다가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5년 뒤 PR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과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메시지를 대신 전달해주는 사람(message controller, message coordinator)으로서의 PR '대행' 실무자 역할이 있었왔고, 당분간도 계속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의 변화와 축소로 다시 판짜기가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을 해봅니다. 이래저래, 참 professional communicator로 먹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와 도전이 분명 PR인들에게 기회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결국, 사회는 점차 기업과 '대화(conversation)'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기업은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점차, "내가 언제 너하고 이야기하자구 했니? 사장 나오라구 그래!"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