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솔루션


사과에 대한 좋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아론 라자르의 <사과 솔루션>인데요. 원제는 On Apology입니다. 지난 여름 출판사의 요청으로 KAIST의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제가 감수를 했고, 서문을 썼습니다. 리더들의 사과에 대한 연구로 논문을 준비중인 저로서는 사과에 대한 여러 저서와 논문을 보고 있는데요. 사과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일반인이 알기 쉽게 쓴 측면에서는 이만한 책이 많지 않습니다. 갈등 조정과 리더의 언어로서 사과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래 서문을 보시면 참고가 될 듯 합니다. 올 해 내에 제가 공동 번역한 SorryWorks!도 출판될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에서 리더들의 의례적인 사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수자 서문)

사과: ‘약자의 언어’에서 ‘리더의 언어’로

김 호/정재승

“지금도 나는 어머니가 강조한 간단한 원칙. 즉 ‘네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를 정치활동의 길잡이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무리 자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 전체를 놓고 볼 때, 우리는 상대편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다.” (오바마)

간단한 실험 하나를 해보자. 네이버의 뉴스 검색 사이트(news.search.naver.com)에 들어가서, 역대 대통령 이름과 함께 ‘사과’라는 단어를 넣어 키워드로 입력한 뒤 검색된 결과를 살펴보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박정희 사과’(2,787); ‘전두환 사과’(2,029); ’노태우 사과‘(1,127); ’김영삼 사과‘(2,020); ’김대중 사과‘(7,664); ’노무현 사과‘(27,728)...이 결과는 우리에게 대한민국에서 1990년 이전에는 ’대통령의 사과‘를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문화가 급속도로 증가됐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구글의 뉴스 검색 사이트(news.google.com)에서 미국 대통령 이름과 함께 ‘사과’를 입력해 보면 결과는 유사하다: 'Nixon apology'(153); ‘Reagan apology'(704); 'Bush apology'(3,336), 'Clinton apology'(783). (이 중 부시 대통령의 경우에는 아버지와 아들 부시가 모두 검색되었을 것이다.) 옛 대통령에 대한 보관된 문서의 양이 적은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대통령과 사과‘에 관한 기록이 근래에 와서 크게 증가했음을 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 관련 검색을 해 보면, 이러한 특징은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2009년 현재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으로 각각 검색해보면, ‘이명박 사과’는 무려 26,783건이, ‘Obama apology'는 12,967건이 검색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에, 오바마는 2009년에 취임했으니, 재임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검색 결과 중에는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 ‘사과를 요구’한 경우도 있을 테고, 직접 사과를 하거나 언급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간단한 인터넷 검색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은 권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통령에게마저도 ‘사과’에 대한 논의가 최근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만 그럴까? 또 다른 결과를 보자.이 책의 저자인 아론 라자르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에서 사과(apology)와 사과하다(apologize)를 검색해보면, 1990-1994년에는 1,193건이던 것이 1998-2002년 사이에는 2,00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일보에서 기사 검색을 한 결과, 1990-1994년 사이 ‘사과하다’ 혹은 ‘공개 사과’로 검색되는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1998-2002년 사이에는 ‘공개 사과’가 1,200여건, ‘사과하다’가 9천여 건을 검색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대국민 사과‘를 놓고 검색해보면, IMF위기 이전에는 검색되지 않는다가, 2001년 이전에는 연 평균 10건 미만이었던 것이, 2002-2008년에는 연평균 2백건 이상 검색된다. 라자르에 따르면, 사과에 대한 연구가 처음 발견되는 것은 1970년에 들어와서이며,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본격적인 연구는 1990년대에 들어와서 라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와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사과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에서도 정치인이나 기업인,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적인 사과(public apology)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사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이자 컨설턴트인 아론 라자르는 이 책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흥미로운 질문을 세상에 내놓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해답과 감수자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과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를 합쳐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그 해답을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소비자와 일반 국민의 힘이 크게 증가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나 일반 국민이 정부나 기업에 비해 약자여서 일방적으로 당하였다면, 이제는 시민단체 활동, 소비자 운동 등을 통해 ‘파워 그룹’에게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비판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점차 민주사회와 평등 사회로 갈수록 일반 시민의 파워는 커져가게 돼 있고,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나 기업의 리더들은 과거 사과하지 않고 넘어갈 일도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를 맞게 된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나 압력이 매우 커졌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이익만을 추구하던 기업이 이제는 환경, 노동, 사회 소외층 등 사회적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과거에는 ‘잘못’이 아니었던 이슈들이 이제는 ‘잘못’이 되기도 하고, 사과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던 점들이 이제는 사과를 해야 넘어갈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의 이슈에 휘말린 기업은 대국민 사과는 물론, 그에 대한 배상의 책임까지 엄격하게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압력은 사회적으로 투명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더십의 대가인 미국 남가주대학(USC)의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와 ‘감성 지능’으로 유명한 데니엘 골만(Daniel Goleman)은 현재 리더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가 ‘투명성’임을 간파하고, 2008년에는 『투명성』(Transparency)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의 힘이 증가하고 정부와 기업에 대한 ‘투명성’ 압력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중요한 변화는 인터넷과 IT 기술을 발전하고 크게 확대되면서 개인 미디어(personal media)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과거 언론에 의해서만 드러나던 정부나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bad news)’를 이제 일반 시민들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소위 블로그(Blog)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혹은 소셜 컴퓨팅 테크놀로지(Social Computing Technology)는 이제 누구나 정부나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인터넷에서 공론화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새로운 변화들이 ‘사과’를 이 시대 리더의 핵심 언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과 전문가들은 ‘사과’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파워풀한 갈등 조정 수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라자르도 지적하듯 과거 사과는 ‘약자’의 언어로 인식되어왔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벤자민 디즈레일리(1804-1881)가 “사과란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변명일 따름이다”라고 말한 것이나 시인이었던 랄프 에머슨(1803-1882)이 “분별력있는 사람은 결코 사과하는 법이 없다”라고 말한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사과는 늘 하기 싫은 것, 해선 안 되는 것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과에 대한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패자나 약자의 언어’에서 ‘리더의 언어’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8년 5월 크라이슬러 공장에서 한 여기자에게 애인에게나 쓸 법한 ‘스위티(sweetie)'라는 표현을 써서 구설수에 올랐을 때, 그 기자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메시지에 구체적으로 사과를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기자회견 중 낸시 레이건 전 영부인에 대해 말실수를 했을 때에도 곧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첫 인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대부인 톰 대슐 보건부 장관 내정자가 탈세 의혹으로 낙마했을 때에도 “내가 일을 망쳐놓았다(I screwed up)"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한 흑인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경찰이 도둑으로 오인하고 체포했을 때, 오바마는 ’경찰의 멍청한 행동‘이라고 공개 비난을 했다가,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가 교수와 경찰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맥주를 나누며 대화를 시도한 사실은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바마는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면서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는 그는 사과를 ‘위기 극복의 언어’로서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리더인 것이다.

아론 라자르의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과에 대해 새로운 ‘리더십의 언어’로서 깊이있게 다루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돼 있다는 데 있다. 사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관련 서적을 검토했었지만, 아론 라자르의 책만큼 방대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으면서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돼 있는 책을 보기 힘들었다.

이 책의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인 아론 라자르의 개인적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론 라자르는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를 거쳐 1991년부터 무려 16년 이상을 매사츄세츠의대 학장을 지낸 석학이다. 그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으며, 특히 수치심이나 창피함에 대한 심리연구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그의 사과에 대한 예리한 분석은 이러한 그의 연구 관심사나 경력과도 연결돼 있다. 2002년에는 매사츄세츠 의대에 세워진 1억불짜리 연구 빌딩의 이름을 “아론 라자르 메디컬 리서치 빌딩”이라 명명했는데, 이는 이 대학 역사상 개인 기부액으로 가장 많은 2천 1백만불을 기부한 기업가이자 기부가인 잭 블레이스와 그의 부인인 셸리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입양’에도 적극적이어서, 1966년에서 77년 사이에 인종이 다른 8명의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다. 책에서도 나와 있듯, 그는 일반적인 부모들과 달리 아이들과의 교류 속에서도 사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가르쳤으며, 또한 아이들에게서 사과에 대해 관찰하고 배우기도 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인간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사과의 핵심’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의 이런 개인적인 삶에서 연유한다.

이 책은 그의 저작 중에서도 일반 대중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이는 그가 사과에 대한 매우 실질적인 견해를 알기 쉽게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인데, 정치나 비즈니스에서의 리더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도 폭넓게 읽을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그는 1995년에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라는 잡지에 “걱정말고, 사과해(Go ahead, say you're sorry)"라는 글을 썼는데, 이는 미국 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오프라 윈프리 쇼를 비롯 다양한 언론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 칼럼은 첫 시작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사과를 나약함의 상징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과의 행위는 위대한 힘을 필요로 한다(We tend to view apologies as a sign of weak character. But in fact, they require great strength).”

약자와 패자들은 진심어린 사과를 할 줄 모른다. 진정한 리더만이 제대로 사과할 줄 안다. 이 책은 진정한 리더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좋은 가이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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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중앙일보의 이코노미스트에 연재중인 사과의 기술이 어느새 17째에 접어들었습니다.
17번째 칼럼은 '용서를 부르는 사과와 분노를 부르는 사과'에 대해서 적었는데요. 원 제목은 '피해자와 자신을 동등한 상태로 만들어라'였는데, 편집 과정에서 제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번 주 조인스 매거진 홈페이지 상단에 전문이 올라와 있어 링크로 소개해드립니다.

김호/정재승의 사과의 기술 17번째 칼럼 링크

'Fire in the hole!'

광산에서 폭발물을 다루는 미국 광부들이 쓰던 이 표현은 “곧 폭발하니 조심해!”라고 동료에게 외치는 말이다. 이 말은 미군 사이에서 수류탄 투척 시 경고로 활용됐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fire in the hole을 검색해 보면 어렵지 않게 미국 젊은이들의 못된 장난이란 말을 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의 ‘맥드라이브’처럼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해 창구에서 햄버거와 음료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드라이브-스루(through)’라고 부른다.

미국 일부 젊은이는 이 서비스를 악용해 차에 탄 상태에서 음료를 받은 후 이를 다시 그 직원에게 던지며 “fire in the hole”이라 외치고 도망가는 장난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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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제트블루의 당시 CEO였던 David Neelman의 Youtube동영상을 통한 사과는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요. 같은 해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 역시 CEO의 동영상 사과가 있었고, 2009년에는 도미노 피자의 CEO역시 유투브를 통한 사과를 했습니다.

과연 이런 동영상 사과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MediaCurves.com(HCD리서치사 소속)이라는 곳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한 흥미로운 결과가 있어 아래 공유합니다. 이들은 2007년 8월 미국인 301명을 대상으로 이러한 동영상 사과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조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리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마텔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도가 71%였던 것이 에커트 사장의 동영상 사과를 본 후 76%로 조금 늘어났습니다. 또한 마텔사가 리콜을 포함하여 소비자 안전을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신뢰도가 75%였던 것이 동영상 사과를 접한 후 84%로 늘어났습니다.

동영상 사과가 진행되는 동안 그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한 결과는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구요. 보다 자세한 결과는 아래 보도자료와 결과 파워포인트를 링크해놓았습니다.


Mattel Toy Recall Study 관련 보도자료

Mattel Toy Recall Study conducted by Mediacurv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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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앙 이코노미스트에 KAIST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매주 연재하고 있는 사과의 기술 칼럼 중 하나입니다.




사과의 여섯 가지 언어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김호/정재승


‘사과’에 대한 노래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영국의 팝가수 엘튼 존의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힘든 말인 것 같아(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일 것이다. 1976년에 발표돼 32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이 곡은 엘튼 존이 직접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그의 단짝인 작사가 버니 토핀이 마무리를 해준 몇 안 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미안해’는 정말 가장 힘든 말일까?

물론 아니다. 사과의 다양한 표현 중에서 어쩌면 가장 하기 쉬운 표현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006년 9월 한 주말판에서 엘튼존의 노래 제목을 비틀어 ‘미안하다는 말은 더 이상 가장 어려운 말이 아니다’(Sorry is no longer the hardest word)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잇따른 사과를 한 것을 두고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미안해’보다 더 힘든 사과는 무엇일까?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사과의 언어를 가지고 있을까? 심리학자와 언어학자들은 전세계에서 쓰이는 사과 표현에 대해 연구해왔다. 사과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가장 대표적이면서 흥미로운 연구는 ‘문화간 화행실현 프로젝트’(Cross-Cultural Speech Acts Realization Project, 일명 CCSARP)이다. 이 연구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과의 표현 패턴을 찾는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참가 연구자들은 미안한 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나라마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다섯 가지의 사과 표현군(apology speech act set)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심리학자인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마스 역시 2006년에 발표한 『사과의 다섯 가지 언어들』(The five languages of apology)이란 책에서 사과를 위한 다섯 가지 표현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연구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의 사과 패턴 중 네 가지는 서로 일치하는데, 결국 종합하면 아래와 같이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흔히 사과할 때 ““미안해”” 혹은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유감(regret)의 표현이지 완전한 사과는 아니다.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마스는 ““미안해””라는 말 뒤에 ““하지만……”” ““다만...”” 같은 말을 덧붙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즉 ““미안해…… 하지만 네가 약속을 너무 촉박하게 잡았잖아””식의 표현은 사과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과의 앞뒤로 변명은 되도록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때는 ‘무엇이 미안한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냥 ““미안해””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약속을 까먹고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사과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라는 표현은 사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현으로 진정한 사과와는 거리가 있다.

셋째는 유감표현을 넘어서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통 ““내가 잘못했어(혹은 실수했어)””라고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다. 사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사과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하나는 발생한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책임 인정이다. 종종 사과한 사람은 했다고 하는데, 받은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보통 사과에 책임 인정이 포함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과를 유감 표명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명확하게 인정하는가의 문제는 사과의 진정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넷째, 사과를 할 때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의 의지나 보상을 표현하는 것은 ‘미안해’만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당신의) 화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라고 말하거나, 회사일로 가족들과 시간을 못 보낸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미안해.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은 꼭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할게””라고 앞으로의 실행 계획을 약속하는 경우는 ‘미안해’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사과는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과 함께 미래 개선에 대한 의지 표명이다. 이런 점에서 보상이나 개선의 뜻을 사과와 함께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섯 번째로 사과를 할 때,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기업이 사과문을 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을 때 이런 표현은 오히려 책임감 없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나를 용서해 주겠니?””라고 표현하는 것인데, 이는 가장 어려운 사과 표현이며 특히나 자존심 강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마스는 사과를 할 때 용서를 청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용서를 청함으로써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상대방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나 자신을 ‘잘못을 저지른 실패한 인간’으로 낙인 찍는 듯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차마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용서를 구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용서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사과의 표현에 대한 연구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첫째,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후 단순한 ‘미안합니다’라는 유감의 표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유감 표명은 사과의 시작은 되어도 완성은 아니다. 적어도 사과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표현은 기본으로 사용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나머지 네 가지 표현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선택하여 보다 완성된 사과를 할 수 있다 (각 사과 표현들의 조합에 따라 효율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다룰 예정이다).

둘째, 위의 연구 결과는 기본적으로 대인 관계에서의 사과 표현이다. 물론 이는 모두 대중을 향한 사과에서도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을 대변하는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특히 조심스럽게 단계별 사과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섣부르게 보상책을 제시했다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셋째, 사과표현 선택에 대한 조심스러움 때문에 사과 자체를 너무 늦게 하는 우를 또한 범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성이나 보상책에 대해서는 추후에 사과하더라도 이 때문에 기본적인 유감 표시까지 늦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때로 사과는 두 번에 나누어서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점. 사과 표현이 무엇이든 진실성이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는다면 아무 효력이 없다는 점이다. 사과의 말이 하기 힘든 진짜 이유는 사과하는 용기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과의 용기는 위대하다. 독일과 일본의 전후(戰後) 평가가 갈라지는 대목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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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기술(Art of Apology)이란 말은 제겐 남다른 인연으로 다가옵니다.

2007년 하반기에  artofapology.com이란 이름으로 본 블로그를 열었다가, 중간에 업데이트를 그만두었었구요.

2008년에는 영국 BBC에서 발간하는 Knowledge라는 과학잡지의 한국판에
 제 지도를 맡고 계신 KAIST의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사과의 기술이란 칼럼을 연재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창간호부터 실었는데, 그만 작년말 경제위기의 여파때문인지 창간호를 내고는 그 잡지가 폐간되었습니다.

정 교수님과는 의욕적으로 시작한 칼럼이었는데 참 아쉬웠지요. 그런데, 이번주부터 중앙일보에서 발간하는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서 다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Knowledge 첫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리더의 언어로서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풀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주 첫 칼럼이 실려 아래 링크합니다.

정재승. 김호의 사과의 기술(1) 아주 분명한 트렌드


올해는 아무래도 글쓰는 해가 될 듯 합니다. 동아비즈니스 리뷰에는 격주로, 이코노미스트에는 매주 칼럼을 쓰려다보니 하루하루 글감을 찾아 고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블로그가 제게는 아주 좋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일꾼이 되는 한 해로 만들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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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방송사인 BBC는 과학잡지 Knowledge를 펴내오고 있는데요. 이번달에 한국판을 새롭게 창간합니다. 과학동아 기자를 거쳐 사이언스타임즈에서 활동하던 김홍재 편집장님이 BBC Knowledge 한국판 발행인겸 편집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잡지에 KAIST에서 현재 제 지도를 맡고 있는 정재승 교수님(바이오 및 뇌공학과)과 함께 '사과의 기술'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막 서점에 나온 창간호에는 "사과는 리더의 언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으며, 다음 호에는 "미안해...는 사과의 반쪽"이라는 칼럼이 실릴 예정입니다. (오늘 오전에 다음달 원고를 넘겼습니다)

위기커뮤니케이션의 핵심으로서 사과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현재 KAIST에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정재승 교수님의 소개와 배려로 이번에 함께 흥미로운 칼럼을 쓰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주로 컨설팅 경험에 의해 쓰던 글과는 달리, 과학적 연구 결과를 찾아, 풀이해가며 쓰는 작업이 흥미롭기도 하고, 또 과학자인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사과의 기술에 대한 과학적 탐구 여정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p.s. 블로그를 통해 칼럼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잡지사의 사정도 있어, 지금은 공개하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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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A가 한 과자업체 B에서 일한다고 치지요. 하루는 신문을 보니, B업체에 대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안 좋은 사건이었다고 치지요. B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야, 어떻게 된거니?" 만약, 그 친구가 기사에 나온 B社의 입장을 그대로 읽어주었다면 어떨까요?

지난 8월 14일 식약청의 발표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오리온이 미국에서 수입한 허쉬(Hershey) 초콜릿의 유통기한을 변조했다가 적발되었습니다. 자주 사먹는 것은 아니지만, 허쉬 초콜릿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는데요. 문제는 언론 보도나 홈페이지에서 (주) 오리온의 입장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궁금하여 오리온의 홈페이지 고객만족센터에 문의를 하였더니 아래와 같이 답변이 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론 보도(한겨레)에 따르면, "식약청은 '고의적인 유통기한 변조로 판단된다'며 업체를 사법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되어있는데, 오리온으로부터 받은 답장에는 "사건의 경위와 관계없이... 책임을 통감하며..."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간편하게' 답변하는 것이 이해는 갑니다. 위기 대응에서는 전통적으로 답변 메시지를 길게 하지 말 것이며, 괜히 부담스럽게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에도 기사가 나갔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까지 한 소비자들(그 중에는 저와 같은 블로거들도 있겠지요)에게는 '의례적인' 사과를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럴까요? 위기 커뮤니케이션 1.0은 기본적으로 public communication, 즉, 공중에게 1 대 다(多)의 패러다임에서 메시지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 2.0 (제가 Cool Crisis Communications이라 부르는)은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미디어(personal media)를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personal communication이라는 성격을 메시지 디자인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지요. 물론, 블로거들과의 대화는 전통적인 personal communication이라기보다는, 세상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public communication이 함께 혼재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포스팅 맨 위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위기 대응 메시지를 친구사이의 전화통화처럼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그 보다는,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무대위에서, 친구(블로거)와 이야기하는 상황 정도를 상상해야 한다고 표현하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오리온이 만약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다면, 위와 같은 메시지는 어떻게 고쳐야 했을까요? '사건의 경위'와 상관없이가 아니라, 무엇이 사건의 경위였는지를 밝히고, 대응책에 있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2.0으로서 Cool Crisis Communication에서는 때때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hohkim.com에도 함께 포스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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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is Lab: Art of Apology 블로그에 들려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현재 제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Hoh Kim's Lab: Consiliencing Communication과 제 회사 홈페이지(www.THELABh.com)를 개편 중에 있습니다. 2008년 3월까지는 전체적인 조정이 끝날 예정이구요. 본 Crisis Lab: Art of Apology는 다른 블로그에 편입되어 운영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조정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내용이 거의 업데이트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Hoh Kim's Lab: Consiliencing Communication은 계속 운영하고 있구요. 3월 쯤 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 번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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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읽어볼 만한 자료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예전에 매뉴얼에 대한 생각을 올렸던 <레서피의 진정한 의미>도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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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새해입니다. Hoh Kim's Lab: Consiliencing Communication에도 어제 올려 놓았지만, 위기관리라는 관점에서도 읽어볼만한 리포트라 생각이 되어, 이 곳에도 소개합니다. Arthur W. Page Society에서 발행한 The Authentic Enterprise라는 백서입니다.
 
지난 한 해, 아직 별 내용이 많지 않은 이 블로그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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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호입니다. 이 lab은 위기상황 속에서 리더들의 커뮤니케이션, 특히, 사과의 기술이라는 측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의 실험들을 해 나가는 곳 CRISIS Lab: ART OF APOLOGY입니다. by 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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