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1년 3월 7일 제 생애 첫 책이 될 ‘쿨하게 사과하라’가 출간되었습니다. KAIST의 정재승 교수님과 공저이며, 어크로스 출판사에서 펴냈습니다.

과거에는 제가 번역한 책이 한 권이 있었고, 감수하고 서문을 쓴 책이 한 권이 있었고, 이번에 직접 저술한 책이 나왔는데요. 공교롭게 세 권 모두 사과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 박사논문 역시 사과에 대한 것이니 이래저래 최근 몇 년간은 사과에 푹 빠져있었던 셈입니다.


저자로서 제 이름을 올린 첫 책을 지난 토요일에 받아들고는 한 동안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지난 세월이 생각나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과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처음 마음 먹었던 것은 2007년입니다. 당시 제 커리어의 전부와도 같았던 Edelman을 떠나 저는 모처럼 반 년간의 하프타임을 갖고 있었습니다.


위기관리 컨설팅 10년을 뒤돌아보며 드는 생각이 이렇게 정리되고 있었지요. “위기란 예방하면 제일 좋은 것이지만, 인간이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게 마련이고, 일단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위기가 발생하고나면 가장 중요하고 훌륭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바로 제대로 된 사과”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저는 바로 예전 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을 프로젝트 인턴으로 고용하여 기업의 위기와 사과에 대한 사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지금 그 인턴은 어엿한 대기업 연구원이 되었고, 어느새 결혼하고, 조만간 엄마가 될 예정입니다).


2008년에는 KAIST의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나의 관심사인 사과가 박사 연구 주제로도 좋겠다는 정재승 교수님의 응원과 격려가 있었고, 2009년에는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정 교수님과 함께 ‘사과의 기술’이라는 칼럼을 1년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저는 두 명의 또 다른 학생들을 한국과 미국에서 인턴으로 고용, 이들은 저를 위해 계속 사례 조사를 해 주었습니다. (이 두명은 모두 현재 국내에 있는 외국계 PR firm에서 훌륭한 AE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 접어들면서, 1년간 쓴 칼럼들을 재검토하고, 새로 나오는 논문들을 읽고, 또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사건들을 접하면서, 대폭 수정 보완하여 펴내게 된 것이 바로 ‘쿨하게 사과하라’입니다. 제목을 짓는데에도 우여 곡절이 많았습니다. 칼럼 제목으로 썼던 ‘사과의 기술’은 책 제목으로는 별로라는 생각이 일찍부터 출판사나 저자 두 사람 모두에게 있었고, ’2만불짜리 사과’ ‘리더십 사과’ 등등 여러가지 안을 고민하다가, 문득 제가 2008년부터 써오던 ‘쿨 커뮤니케이션’과 연계하여 ‘쿨하게 사과하라’라는 제목을 출판사 대표에게 제안을 했는데, 반응이 괜찮을 것 같다면서 이 제목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된 책을 쓴다는 것은 제 하나의 로망이기도 했습니다. 여러권의 책을 낸 제 친구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삶이 그렇듯 책도 모두 제 운명이 있다고. 이제 책이 출간된 이상 ‘쿨하게 사과하라’의 운명은 결국 독자의 손에 맡겨져 있습니다. 과연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느낌을 가지게 될까…가 궁금해집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장사꾼’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듯, 책을 쓰고 나서 ‘저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인터넷 교보문고와 예스 24에서 책을 구매해보았습니다. 어차피 책 쓰는데 도움을 준 이곳 저곳에 보낼 곳이 있어(외국에 있는 삼촌에게서도 책 보내달라고 부탁을 받았습니다:) 수십권을 사야 하고, 이를 모두 출판사에서 사도 되지만(저자에게는 약간의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대표 서점인 이 두 곳에서 일부를 구매했습니다. 제가 제 책을 사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제 책으로 첫 책을 낸 출판사(오랜 기간 웅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서 잘 나가던 김형보 대표가 새로 만든 회사 어크로스입니다)에도, 그리고 물론 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혹시라도 이 블로그를 들르시는 분 중에 ‘쿨하게 사과하라’를 읽어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짧게라도 느낌을 알려주십시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모두 말입니다. 향후 또 다른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블로그 댓글도 좋고 제 메일(hoh.kim@thelabh.com)도 좋습니다.


p.s. 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없기를 바라며, 편집자와 참으로 여러번 전화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책을 받아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본 이유도 제대로 나왔는지를 찾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제가 유일하게 찾은 것은 딱 하나입니다: 173쪽의 “29명을 대상으로 아이트래킹 실험을 한 결과”는 “28명을 대상으로 아이트래킹 실험을 한 결과”로 바뀌는게 맞습니다. 이 점은 개정판에서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2011. 2. 27) 대전에 위치한 충남대학교 병원에서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전/충청지회 연수강좌가 열렸는데요. 그 곳의 초청으로 40분간 '진실 말하기(disclosure)' 프로그램에 대해 특강을 했습니다. 발표한 자료를 올려 놓습니다. 우리나라 명의의 한 분으로 꼽히는 고려대 의대 김창덕 교수님이 좌장을 보셨구요. 의사 블로거로 유명한 충북대 한정호 교수님과도 좋은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아무쪼록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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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는 '김호의 궁지' 칼럼에 쓴 사과의 정석이라는 칼럼입니다.]

공개 사과의 목적은 국민의 분노를 줄이고, 용서를 받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 ‘리더들’의 사과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았지만, 오히려 분노는 높아지고, 사과를 한 주체들은 직책은 물론 평판도 잃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사과법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수학만이 아니라 사과에도 공식이 있고 정석이 있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 앞에서 리더들은 과연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정석 1. ‘미안하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사과가 아니다. 유감의 표시이자 사과의 시작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후보자가 열 번이 넘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도 분노는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사과의 기본에는 유감의 표시 외에 책임의 인정과 보상책의 제시가 포함되어야 한다.

정석 2. 사과할 때 ‘가정문’은 쓰지 말라. “그게 잘못됐다면 제가 사과를 해야 되겠죠”, “그렇게 돼 있다면 저는 인정하고 싶습니다.” 이는 모두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강기갑, 박병석 의원의 추궁에 마지못해 한 말이다. 사과에서는 ‘만일’ 혹은 ‘만약’과 같은 가정문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석 3. 잘못의 크기가 5 정도라면, 보상이나 극복책은 7~8을 제시하라. 유명환 장관은 딸의 특별채용이 문제가 되자,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딸의 채용을 취소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잘못된 딸의 채용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한 것 같다. 그러나 사과에서 자신의 실수만큼만 ‘되돌려 놓는’ 극복책은 여론에 먹히지 않는다. 잘못하고 나서 들키면 그때 ‘그만큼만’ 되돌려 놓겠다는 것인데, 누가 이를 용납하겠는가.

정석 4. 이슈를 자신의 입장보다는 여론의 맥락에서 판단하라. 유 전 장관은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슈에 접근하려 했고, 이런 맥락에서 “다만 국민 정서가 이런 식으로 보도가 되니까 당혹스러운데…”라고 반응했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이슈의 핵심은 리더의 ‘염치’였다. 하지만 유 전 장관 쪽은 자신의 입장에서 이슈를 재단하려는 오류를 범했고, 결국 자신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정석 5. 사과의 수위를 ‘내부자’와 논의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유명환 전 장관은 “…인사라인에서는 오히려 장관 딸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한 걸로 저는 보고받고 있었고…”라고 이야기했다. 장관이 자신의 잘못과 관련해 내부 부하직원과 대책을 논의한다면, “여론을 볼 때 사퇴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간 큰’ 직원이 있을까? 유 장관이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사퇴 의사를 먼저 밝혔으면 어땠을까? 결국 그는 사과는 했지만, 자신의 실수 앞에서 뻔뻔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자리도 잃는 수모를 겪었다.

진보건 보수건, 지위가 높건 낮건, 동양이든 서양이든, 인간은 살면서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실수하지 않는 인간은 ‘비인간적’이기까지 하다. 유명 여배우 소피아 로렌은 “실수란 충만한 삶을 위해 인간이 지불하는 일종의 ‘과외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크건 작건 인간은 실수나 잘못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잘못 앞에서의 선택이다. 하나는 부인이고 또 하나는 사과이다. 부인으로 시작하여, 거부할 수 없을 때에만 조금씩 사과의 수위를 높여가는 것은 사과가 아닌 ‘협상 카드’일 뿐이다. 리더의 이런 어설픈 사과는 여론을 악화시키고, 자신을 더욱 궁지로 몰 뿐이다. 필자는 마흔이 넘어 뒤늦게 학교에서 리더의 사과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10년 넘게 수많은 위기관리 컨설팅을 한 끝에 얻은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발생한 위기 앞에서 최고의 ‘궁지 탈출법’은 바로 사과의 기술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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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의 기술" 좀 더 점잖게 말하면 "공개(disclosure)의 기술"은 사과의 기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DBR에 쓴 칼럼입니다. 도움이 되시길!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연재하고 있는 연재 칼럼 '위기관리 트레이닝'에 썼던 글 중 '사과의 기술'에 대한 것입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08년 6월 압구정의 한 커피집에서 저는 의사 세 사람과 만났습니다. 저를 뺀 세 사람은 모두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모두 의사라는 점, 같은 의대를 졸업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두 병원에서 환자를 보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전문의 자격을 받은 후, 로펌의 변호사로, 그리고 다시 의료법을 가르치는 교수로 전환했고(연세대 박형욱 교수), 또 한 사람은 10년전부터 의료 전문지의 편집 주간을 맡고 있는 기자이고(청년의사 박재영 주간), 나머지 한 사람은 제 30년 지기 친구로 예방의학 전문의면서 병원에서 제약회사로, 그리고 이제는 공무원으로서 보건복지가족부(이강희 사무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날 만난 이유는 책 한 권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었던 바로 SorryWorks!의 교재를 공동 번역하기로 하고, 서로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이지만, 6개월 정도 예정했던 공동번역 작업은 결국 1년이 걸렸습니다. 네 사람이 번역한 것을 청년의사의 박재영 주간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조율 작업을 거쳤고, 그 원고를 다시 세 사람이 검토 작업을 하였습니다. (저는 원고 검토 작업을 오스트리아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꼬빡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출판된 책을 반갑게 받아보았습니다. 얼마전 감수한 <사과 솔루션>이 사과에 대한 폭넓은 교과서 역할을 한다면, <쏘리웍스>는 의료 사고에서 사과가 어떻게 솔루션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쓴 책입니다. 조금 넓게 본다면 사과가 소비자의 극단적인 불만 처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역자 서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미국의 의사들이 사과의 기술을 배워가듯, 아무쪼록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의료사고 분쟁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데 이 책이 하나의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쏘리웍스 역자 서문)

배드 뉴스, 그리고 굿 뉴스


세상에는 배드 뉴스(bad news)가 가득하다. 확인하고 싶다면 신문을 펴면 된다. 신문 일면 헤드라인에는 굿 뉴스보다는 배드 뉴스가 제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상에는 배드 뉴스를 줄이고자 다양한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보통 심야에 이루어지는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이를 목격한다. 이런 자리에서 윤리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당위론이나 읊고 있는 사람을 보면 딱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이 난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 세상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쉽던가! '원칙을 지키자'라는 말은 현실 속에서 흔히 '손해를 감수하자'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고, 그런 사람들은 뉴스감이 된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사과(apology)에 대한 책이라니? '진실 말하기(disclosure)'는 또 웬일인가? 또 하나의 '바른 생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본 책의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은 '원칙 지키기'와 '이익 지키기'가 반비례가 아닌 비례의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배드 뉴스를 관리하고 줄여나가기 위한 목적을 위해 윤리적 행동을 취하면서 금전적 이득 뿐 아니라 명성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론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 역자들이 이 방법론을 한국 내에 소개하기로 뜻을 모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책의 핵심인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은 의료사고 시 환자와 병원과의 관계를 갈등과 법적 소송의 문제에서 소비자 서비스 마인드를 적용, 사과를 통한 갈등 해소로 전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미국 내에서 이끌어내고 있는 성취는 상당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하버드 대학병원을 비롯, 톱 클래스 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는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위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정리한 본 책자는 병원의 경영진 및 의사는 물론 웹 2.0 시대에 폭증하는 소비자 불만 처리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체 임원 및 실무자에게도 훌륭한 참고가 될 것이다.

배드 뉴스는 모든 조직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병이 걸린 사람, 생사를 넘나드는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곳에 어찌 배드 뉴스가 없을까?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고위험군에서부터 저위험군까지 구분을 하는데, 병원은 대표적인 고위험군 조직이라 볼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는 물론 의사가 경험하는 최악의 배드 뉴스는 의료사고이다.

의료사고는 얼마나 벌어질까? 잠시 통계를 보자. 세계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영원히 기록될 9.11 사태로 숨진 사람은 3천명에 이른다. 미국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의 1999년 보고서에 따르면, 물론 과장된 것이라는 반론도 많은 자료이지만, 매년 의료사고로 인해 미국에서 숨지는 인원은 무려 9만 8천명에 달한다. 9.11 사태의 서른 배를 넘어선다.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가진 미국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미국과 의료 수준을 동일하다고 보고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로 단순하게 따질 경우, 매년 1만 4천명이 의료사고로 숨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에 비해 인구 대비 의료사고 발생률이 절반이라고 가정해도 7천명이며, 이는 우리나라 사망원인 5위인 교통사고(7,600여명)와 비슷한 숫자이다.

교통사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는 관심에 비해 의료사고의 예방이나 시스템적인 대처에 대해 갖는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그저 자기 가족이나 병원에는 그런 배드 뉴스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에서 의료사고 보상 금액으로 병원들이 1달러를 쓸 때 마다 그 중 절반 이상(54센트)은 의료사고 소송 등에 대처하기 위해 지불하는 변호사, 전문 컨설턴트 등의 비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의료사고라는 장면 안에서 의사와 환자는 다소 극단적인 '색안경'을 끼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의사나 병원은 실수를 감추고 발뺌하려는 파렴치한 사람들로, 환자 가족은 보상금을 챙기려는 또 다른 파렴치한 사람들로 상대방에게 비쳐진다. 이런 구도 안에서 신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양자는 '색안경'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나쁘지 않다. 서로에 대한 '약간의' 신뢰만 있다면 의사나 병원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며 적절한 보상을 할 의향이 있고, 환자 가족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슬픔에 대해 적절한 위로와 사과를 받고 싶어 하고, 더 나아가 같은 슬픔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일어나길 원치 않는다.

문제는 그 '약간의' 신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미국에서 NGO로 출발한 '쏘리웍스(SorryWorks! Coalition), 그리고 그들이 펴낸 이 책은 바로 그 신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쏘리웍스의 창립자인 더그 워체식은 PR 컨설턴트로, 1998년 그의 형을 의료사고로 잃는다. 병원 측의 실수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했던 그의 가족은 병원 측과 지루한 소송을 벌이고, 결국 적지 않은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워체식이나 그의 가족들은 담당 의사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의사와 병원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더라면 굳이 소송까지 갔을까 라는 회의를 갖게 된다. 그들이 진정 원했던 것은 담당 의사의 책임 인정과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병원 측이 향후 같은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적절한 보상은 그 이후의 문제였다.

그 후 워체식은 의료사고에서 사과가 소송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게 되고 결국 쏘리웍스를 설립, 사과의 기술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진실 말하기(disclosure)' 프로그램의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부터 잠시 살펴보자.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의 가치는 현재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의원 시절이었던 2005년 의료과실 공개 및 배상법안을 제안하면서도 인용했던 미시건 대학병원의 케이스에서 대표적으로 찾을 수 있다. 미시건 대학병원은 프로그램 도입 전인 2001년과 도입 후인 2005년을 비교한 결과 의료소송 건수는 262건에서 114건으로, 연간 소송 비용은 30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평균 소송 해결 기간은 20.7개월에서 9.5개월 등으로 줄었다. 건수, 비용, 기간이 모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무엇일까? 먼저 의료사고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사고 자체에서 환자들은 커다란 놀라움과 실망을 느낀다. 물론 실수나 잘못의 종류에 따라 분노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의료사고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 측의 분노를 가중시키는 것은 병원이나 의료진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갑자기 커다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은폐를 시도하는 듯한 태도를 목도할 경우 환자나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된다. 의료사고 소송 전문 변호사인 데이비드 패턴은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고 사과하는 선한 의사를 고소하는 일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환자를 고립시키고,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의사들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은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다”고 알려준다.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2006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기고한 칼럼에서 의료사고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큰 이유가 바로 의료사고 후 병원과 환자 측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환자측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이것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가장 커다란 요소라는 것이다.

하버드, 스탠포드, 버지니아, 렉싱턴 등 '진실말하기'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학병원들은 의료사고가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먼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측 관계자들과 만나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한다. '투명하다'는 것은 환자측에서 의사나 변호사들도 조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의료진의 실수나 잘못이 있었는지가 아직 밝혀진 시점이 아니므로 환자의 놀라움과 상실감 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며, 환자측 관계자들이 병원측과 편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숙소에서부터 회의실 마련까지 세밀한 배려를 한다. 조사를 통해 의료진의 실수나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의료진은 신속하게 환자측 가족들과 만나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를 하게 된다. “저희 잘못입니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병원측에서 보상책에 대해 제안을 한다. 여기에는 물론 보상금과 함께 향후 방지책, 환자의 이름을 딴 병원 시설물 설치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환자측과 적절한 선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한다. 만약 의료진의 실수나 잘못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까? 이 때 병원 측에서는 환자측의 슬픔에 대해 공감 표시와 배려는 하되 보상은 하지 않는다. 이미 조사과정에 투명하게 참여했던 환자측 가족들의 이해도나 수용도는 훨씬 높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독자들이 눈여겨 볼 것은 ‘사과(apology)’가 갖는 엄청난 힘이다. 사실 사과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파워풀한 갈등조정 도구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사과는 푸대접을 받아왔다. ‘패자’들의 언어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가 민주화나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과거의 권위주위가 점차 사라져가면서, 소비자의 권리는 증가되고, 블로그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언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에는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들도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의사이면서 사과에 대한 전문가인 아론 라자르에 따르면,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서 사과(apology)나 사과하다(apologize)로 검색을 했을 때, 1990~1994년에는 1,193건의 기사가 검색되지만 1998~2002년에는 두 배 가까운 2,003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역자들이 '사과하다' 혹은 '공개사과'로 중앙일보 기사를 검색해 본 결과, 1990-1994년에는 단 한 건도 검색이 되지 않았지만, 1998~2002년에는 공개사과로 1,200건, 사과하다로 약 9,000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사과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보통 우리가 사과로 알고 있는 '미안하다' 혹은 '유감이다'는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다. 본 책에서는 이를 '공감'의 표시로 인정하고 있다. 진정한 사과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때에 비로소 시작한다. 즉, “제가 잘못했습니다” 혹은 “제 실수였습니다”라는 것이 진정한 사과의 표현이다.

사과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를 시작으로 최근에 와서 점차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 책의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 역시 사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사과는 패자의 언어에서 진정한 리더의 언어로 변신중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한 승자이기 때문이다.

역자들이 이 책을 번역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용어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이었다. 먼저 ‘sorry’를 번역하는 데 가장 큰 고민을 했으나,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우리말을 찾지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미안하다’, ‘안타깝다’, ‘유감이다’, ‘공감을 표현하다’ 등 다양한 용어를 문맥에 맞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이유로 ‘apology’도 번역하기 어려웠는데, 이 역시 문맥에 따라 ‘사과’, ‘미안’, ‘유감 표명’ 등으로 다르게 옮겼다.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인 ‘disclosure’도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히 ‘공개’로 번역할 경우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디스클로저’라고 그냥 두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였다. 고심 끝에 ‘진실 말하기’라는 용어로 의역했음을 밝힌다. 투명한 프로세스, 사실에 근거한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소비자'로서 환자나 그 가족에 대한 배려 등의 의미를 모두 전달하는 데에는 ‘진실 말하기’라는 용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Sorry Works’는 원문 그대로 ‘쏘리웍스’로 옮겼다. ‘쏘리라고 말하기 운동’과 ‘쏘리가 중요하다’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을 적절히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쏘리웍스’는 미국에서 하나의 브랜드처럼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같은 영어 단어를 다르게 옮긴 경우와 다른 영어 단어를 같은 우리말로 옮긴 경우가 모두 발생했는데, 앞뒤 문맥을 최대한 고려하여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려 애쓴 결과이니, 독자 여러분들의 해량을 바란다.

배드 뉴스 관리를 통한 위기관리에 주력해온 컨설턴트(김호), 의사로서 의학전문신문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널리스트(박재영), 의사이자 변호사이면서 대학에서 의료법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박형욱), 그리고 역시 의사이면서 병원과 제약회사를 거쳐 현재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강희)인 우리 네 사람이 이 책을 번역하고 이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매우 윤리적이고, 둘째 환자나 병원 측의 고통을 동시에 줄여주며, 셋째 환자나 병원측의 불필요한 자원(소송 등을 위해 쓰는 시간, 비용 등)을 상당 부분(절반 이상) 줄여주기 때문이다. 환자와 의사 양측의 윈-윈(win-win)을 이끌어내는 매우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2007년 더그 워체식을 직접 만나 트레이닝과 인터뷰를 하던 중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의료사고에서 감정적인 환자 측과 권위적인 의사들 사이의 조정을 위해 이 프로그램이 한국 문화에서는 잘 맞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미국에서도 똑같은 회의와 저항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진실말하기’ 프로그램의 정신에 동감한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보여준 결과들은 결국 더 많은 병원이 도입하게 만드는 확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한국 내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한국적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어떻게 적용시켜나갈지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우리 역자들은 믿는다. 그리고 이런 한국적 적용에 대한 논의에 대해 역자들은 언제든 환영한다.

진실 말하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의료사고 발생 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사건 조사를 진행하는 것, 평소와 마찬가지로 의료사고 시에도 환자를 소중한 소비자로 존중하는 것, 의사와 병원측의 잘못이 있다면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꾸준히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사고는 배드 뉴스 중에서도 최악의 것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배드 뉴스를 사과를 통한 진실 말하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 굿 뉴스이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더 좋은 뉴스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의 확산을 통해 굿 뉴스가 퍼져갈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책자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우리 역자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역자들을 대표하여, 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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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솔루션


사과에 대한 좋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아론 라자르의 <사과 솔루션>인데요. 원제는 On Apology입니다. 지난 여름 출판사의 요청으로 KAIST의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제가 감수를 했고, 서문을 썼습니다. 리더들의 사과에 대한 연구로 논문을 준비중인 저로서는 사과에 대한 여러 저서와 논문을 보고 있는데요. 사과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일반인이 알기 쉽게 쓴 측면에서는 이만한 책이 많지 않습니다. 갈등 조정과 리더의 언어로서 사과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래 서문을 보시면 참고가 될 듯 합니다. 올 해 내에 제가 공동 번역한 SorryWorks!도 출판될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에서 리더들의 의례적인 사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수자 서문)

사과: ‘약자의 언어’에서 ‘리더의 언어’로

김 호/정재승

“지금도 나는 어머니가 강조한 간단한 원칙. 즉 ‘네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를 정치활동의 길잡이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무리 자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 전체를 놓고 볼 때, 우리는 상대편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다.” (오바마)

간단한 실험 하나를 해보자. 네이버의 뉴스 검색 사이트(news.search.naver.com)에 들어가서, 역대 대통령 이름과 함께 ‘사과’라는 단어를 넣어 키워드로 입력한 뒤 검색된 결과를 살펴보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박정희 사과’(2,787); ‘전두환 사과’(2,029); ’노태우 사과‘(1,127); ’김영삼 사과‘(2,020); ’김대중 사과‘(7,664); ’노무현 사과‘(27,728)...이 결과는 우리에게 대한민국에서 1990년 이전에는 ’대통령의 사과‘를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문화가 급속도로 증가됐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구글의 뉴스 검색 사이트(news.google.com)에서 미국 대통령 이름과 함께 ‘사과’를 입력해 보면 결과는 유사하다: 'Nixon apology'(153); ‘Reagan apology'(704); 'Bush apology'(3,336), 'Clinton apology'(783). (이 중 부시 대통령의 경우에는 아버지와 아들 부시가 모두 검색되었을 것이다.) 옛 대통령에 대한 보관된 문서의 양이 적은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대통령과 사과‘에 관한 기록이 근래에 와서 크게 증가했음을 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 관련 검색을 해 보면, 이러한 특징은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2009년 현재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으로 각각 검색해보면, ‘이명박 사과’는 무려 26,783건이, ‘Obama apology'는 12,967건이 검색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에, 오바마는 2009년에 취임했으니, 재임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검색 결과 중에는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 ‘사과를 요구’한 경우도 있을 테고, 직접 사과를 하거나 언급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간단한 인터넷 검색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은 권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통령에게마저도 ‘사과’에 대한 논의가 최근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만 그럴까? 또 다른 결과를 보자.이 책의 저자인 아론 라자르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에서 사과(apology)와 사과하다(apologize)를 검색해보면, 1990-1994년에는 1,193건이던 것이 1998-2002년 사이에는 2,00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일보에서 기사 검색을 한 결과, 1990-1994년 사이 ‘사과하다’ 혹은 ‘공개 사과’로 검색되는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1998-2002년 사이에는 ‘공개 사과’가 1,200여건, ‘사과하다’가 9천여 건을 검색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대국민 사과‘를 놓고 검색해보면, IMF위기 이전에는 검색되지 않는다가, 2001년 이전에는 연 평균 10건 미만이었던 것이, 2002-2008년에는 연평균 2백건 이상 검색된다. 라자르에 따르면, 사과에 대한 연구가 처음 발견되는 것은 1970년에 들어와서이며,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본격적인 연구는 1990년대에 들어와서 라고 한다.

21세기에 들어와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사과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에서도 정치인이나 기업인,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적인 사과(public apology)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사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이자 컨설턴트인 아론 라자르는 이 책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흥미로운 질문을 세상에 내놓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해답과 감수자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과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를 합쳐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그 해답을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소비자와 일반 국민의 힘이 크게 증가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나 일반 국민이 정부나 기업에 비해 약자여서 일방적으로 당하였다면, 이제는 시민단체 활동, 소비자 운동 등을 통해 ‘파워 그룹’에게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비판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점차 민주사회와 평등 사회로 갈수록 일반 시민의 파워는 커져가게 돼 있고,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나 기업의 리더들은 과거 사과하지 않고 넘어갈 일도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를 맞게 된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나 압력이 매우 커졌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이익만을 추구하던 기업이 이제는 환경, 노동, 사회 소외층 등 사회적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과거에는 ‘잘못’이 아니었던 이슈들이 이제는 ‘잘못’이 되기도 하고, 사과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던 점들이 이제는 사과를 해야 넘어갈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의 이슈에 휘말린 기업은 대국민 사과는 물론, 그에 대한 배상의 책임까지 엄격하게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압력은 사회적으로 투명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더십의 대가인 미국 남가주대학(USC)의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와 ‘감성 지능’으로 유명한 데니엘 골만(Daniel Goleman)은 현재 리더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가 ‘투명성’임을 간파하고, 2008년에는 『투명성』(Transparency)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의 힘이 증가하고 정부와 기업에 대한 ‘투명성’ 압력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중요한 변화는 인터넷과 IT 기술을 발전하고 크게 확대되면서 개인 미디어(personal media)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과거 언론에 의해서만 드러나던 정부나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bad news)’를 이제 일반 시민들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소위 블로그(Blog)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혹은 소셜 컴퓨팅 테크놀로지(Social Computing Technology)는 이제 누구나 정부나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인터넷에서 공론화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새로운 변화들이 ‘사과’를 이 시대 리더의 핵심 언어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과 전문가들은 ‘사과’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파워풀한 갈등 조정 수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라자르도 지적하듯 과거 사과는 ‘약자’의 언어로 인식되어왔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벤자민 디즈레일리(1804-1881)가 “사과란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변명일 따름이다”라고 말한 것이나 시인이었던 랄프 에머슨(1803-1882)이 “분별력있는 사람은 결코 사과하는 법이 없다”라고 말한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사과는 늘 하기 싫은 것, 해선 안 되는 것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과에 대한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패자나 약자의 언어’에서 ‘리더의 언어’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8년 5월 크라이슬러 공장에서 한 여기자에게 애인에게나 쓸 법한 ‘스위티(sweetie)'라는 표현을 써서 구설수에 올랐을 때, 그 기자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메시지에 구체적으로 사과를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기자회견 중 낸시 레이건 전 영부인에 대해 말실수를 했을 때에도 곧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첫 인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대부인 톰 대슐 보건부 장관 내정자가 탈세 의혹으로 낙마했을 때에도 “내가 일을 망쳐놓았다(I screwed up)"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한 흑인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경찰이 도둑으로 오인하고 체포했을 때, 오바마는 ’경찰의 멍청한 행동‘이라고 공개 비난을 했다가,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가 교수와 경찰을 모두 백악관으로 불러 맥주를 나누며 대화를 시도한 사실은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바마는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면서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는 그는 사과를 ‘위기 극복의 언어’로서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리더인 것이다.

아론 라자르의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과에 대해 새로운 ‘리더십의 언어’로서 깊이있게 다루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돼 있다는 데 있다. 사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관련 서적을 검토했었지만, 아론 라자르의 책만큼 방대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으면서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돼 있는 책을 보기 힘들었다.

이 책의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인 아론 라자르의 개인적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론 라자르는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를 거쳐 1991년부터 무려 16년 이상을 매사츄세츠의대 학장을 지낸 석학이다. 그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으며, 특히 수치심이나 창피함에 대한 심리연구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그의 사과에 대한 예리한 분석은 이러한 그의 연구 관심사나 경력과도 연결돼 있다. 2002년에는 매사츄세츠 의대에 세워진 1억불짜리 연구 빌딩의 이름을 “아론 라자르 메디컬 리서치 빌딩”이라 명명했는데, 이는 이 대학 역사상 개인 기부액으로 가장 많은 2천 1백만불을 기부한 기업가이자 기부가인 잭 블레이스와 그의 부인인 셸리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입양’에도 적극적이어서, 1966년에서 77년 사이에 인종이 다른 8명의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다. 책에서도 나와 있듯, 그는 일반적인 부모들과 달리 아이들과의 교류 속에서도 사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가르쳤으며, 또한 아이들에게서 사과에 대해 관찰하고 배우기도 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인간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사과의 핵심’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의 이런 개인적인 삶에서 연유한다.

이 책은 그의 저작 중에서도 일반 대중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이는 그가 사과에 대한 매우 실질적인 견해를 알기 쉽게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인데, 정치나 비즈니스에서의 리더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도 폭넓게 읽을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그는 1995년에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라는 잡지에 “걱정말고, 사과해(Go ahead, say you're sorry)"라는 글을 썼는데, 이는 미국 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오프라 윈프리 쇼를 비롯 다양한 언론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 칼럼은 첫 시작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사과를 나약함의 상징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과의 행위는 위대한 힘을 필요로 한다(We tend to view apologies as a sign of weak character. But in fact, they require great strength).”

약자와 패자들은 진심어린 사과를 할 줄 모른다. 진정한 리더만이 제대로 사과할 줄 안다. 이 책은 진정한 리더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좋은 가이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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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중앙일보의 이코노미스트에 연재중인 사과의 기술이 어느새 17째에 접어들었습니다.
17번째 칼럼은 '용서를 부르는 사과와 분노를 부르는 사과'에 대해서 적었는데요. 원 제목은 '피해자와 자신을 동등한 상태로 만들어라'였는데, 편집 과정에서 제목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번 주 조인스 매거진 홈페이지 상단에 전문이 올라와 있어 링크로 소개해드립니다.

김호/정재승의 사과의 기술 17번째 칼럼 링크

'Fire in the hole!'

광산에서 폭발물을 다루는 미국 광부들이 쓰던 이 표현은 “곧 폭발하니 조심해!”라고 동료에게 외치는 말이다. 이 말은 미군 사이에서 수류탄 투척 시 경고로 활용됐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fire in the hole을 검색해 보면 어렵지 않게 미국 젊은이들의 못된 장난이란 말을 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의 ‘맥드라이브’처럼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해 창구에서 햄버거와 음료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드라이브-스루(through)’라고 부른다.

미국 일부 젊은이는 이 서비스를 악용해 차에 탄 상태에서 음료를 받은 후 이를 다시 그 직원에게 던지며 “fire in the hole”이라 외치고 도망가는 장난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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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제트블루의 당시 CEO였던 David Neelman의 Youtube동영상을 통한 사과는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요. 같은 해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 역시 CEO의 동영상 사과가 있었고, 2009년에는 도미노 피자의 CEO역시 유투브를 통한 사과를 했습니다.

과연 이런 동영상 사과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MediaCurves.com(HCD리서치사 소속)이라는 곳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한 흥미로운 결과가 있어 아래 공유합니다. 이들은 2007년 8월 미국인 301명을 대상으로 이러한 동영상 사과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조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리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마텔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도가 71%였던 것이 에커트 사장의 동영상 사과를 본 후 76%로 조금 늘어났습니다. 또한 마텔사가 리콜을 포함하여 소비자 안전을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신뢰도가 75%였던 것이 동영상 사과를 접한 후 84%로 늘어났습니다.

동영상 사과가 진행되는 동안 그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한 결과는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구요. 보다 자세한 결과는 아래 보도자료와 결과 파워포인트를 링크해놓았습니다.


Mattel Toy Recall Study 관련 보도자료

Mattel Toy Recall Study conducted by Mediacurv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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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앙 이코노미스트에 KAIST 정재승 교수님과 함께 매주 연재하고 있는 사과의 기술 칼럼 중 하나입니다.




사과의 여섯 가지 언어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김호/정재승


‘사과’에 대한 노래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영국의 팝가수 엘튼 존의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힘든 말인 것 같아(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일 것이다. 1976년에 발표돼 32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이 곡은 엘튼 존이 직접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그의 단짝인 작사가 버니 토핀이 마무리를 해준 몇 안 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미안해’는 정말 가장 힘든 말일까?

물론 아니다. 사과의 다양한 표현 중에서 어쩌면 가장 하기 쉬운 표현에 속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006년 9월 한 주말판에서 엘튼존의 노래 제목을 비틀어 ‘미안하다는 말은 더 이상 가장 어려운 말이 아니다’(Sorry is no longer the hardest word)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잇따른 사과를 한 것을 두고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미안해’보다 더 힘든 사과는 무엇일까?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사과의 언어를 가지고 있을까? 심리학자와 언어학자들은 전세계에서 쓰이는 사과 표현에 대해 연구해왔다. 사과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가장 대표적이면서 흥미로운 연구는 ‘문화간 화행실현 프로젝트’(Cross-Cultural Speech Acts Realization Project, 일명 CCSARP)이다. 이 연구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과의 표현 패턴을 찾는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참가 연구자들은 미안한 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나라마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다섯 가지의 사과 표현군(apology speech act set)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심리학자인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마스 역시 2006년에 발표한 『사과의 다섯 가지 언어들』(The five languages of apology)이란 책에서 사과를 위한 다섯 가지 표현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연구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의 사과 패턴 중 네 가지는 서로 일치하는데, 결국 종합하면 아래와 같이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흔히 사과할 때 ““미안해”” 혹은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유감(regret)의 표현이지 완전한 사과는 아니다.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마스는 ““미안해””라는 말 뒤에 ““하지만……”” ““다만...”” 같은 말을 덧붙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즉 ““미안해…… 하지만 네가 약속을 너무 촉박하게 잡았잖아””식의 표현은 사과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과의 앞뒤로 변명은 되도록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때는 ‘무엇이 미안한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냥 ““미안해””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약속을 까먹고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사과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라는 표현은 사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현으로 진정한 사과와는 거리가 있다.

셋째는 유감표현을 넘어서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통 ““내가 잘못했어(혹은 실수했어)””라고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다. 사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사과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하나는 발생한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책임 인정이다. 종종 사과한 사람은 했다고 하는데, 받은 사람은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보통 사과에 책임 인정이 포함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과를 유감 표명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명확하게 인정하는가의 문제는 사과의 진정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넷째, 사과를 할 때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의 의지나 보상을 표현하는 것은 ‘미안해’만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당신의) 화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라고 말하거나, 회사일로 가족들과 시간을 못 보낸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미안해.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은 꼭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할게””라고 앞으로의 실행 계획을 약속하는 경우는 ‘미안해’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사과는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과 함께 미래 개선에 대한 의지 표명이다. 이런 점에서 보상이나 개선의 뜻을 사과와 함께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섯 번째로 사과를 할 때,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기업이 사과문을 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을 때 이런 표현은 오히려 책임감 없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나를 용서해 주겠니?””라고 표현하는 것인데, 이는 가장 어려운 사과 표현이며 특히나 자존심 강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마스는 사과를 할 때 용서를 청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용서를 청함으로써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상대방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나 자신을 ‘잘못을 저지른 실패한 인간’으로 낙인 찍는 듯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차마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용서를 구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용서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사과의 표현에 대한 연구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첫째,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후 단순한 ‘미안합니다’라는 유감의 표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라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유감 표명은 사과의 시작은 되어도 완성은 아니다. 적어도 사과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표현은 기본으로 사용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나머지 네 가지 표현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선택하여 보다 완성된 사과를 할 수 있다 (각 사과 표현들의 조합에 따라 효율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다룰 예정이다).

둘째, 위의 연구 결과는 기본적으로 대인 관계에서의 사과 표현이다. 물론 이는 모두 대중을 향한 사과에서도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을 대변하는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특히 조심스럽게 단계별 사과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섣부르게 보상책을 제시했다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셋째, 사과표현 선택에 대한 조심스러움 때문에 사과 자체를 너무 늦게 하는 우를 또한 범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성이나 보상책에 대해서는 추후에 사과하더라도 이 때문에 기본적인 유감 표시까지 늦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때로 사과는 두 번에 나누어서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점. 사과 표현이 무엇이든 진실성이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는다면 아무 효력이 없다는 점이다. 사과의 말이 하기 힘든 진짜 이유는 사과하는 용기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과의 용기는 위대하다. 독일과 일본의 전후(戰後) 평가가 갈라지는 대목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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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호입니다. 이 lab은 위기상황 속에서 리더들의 커뮤니케이션, 특히, 사과의 기술이라는 측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의 실험들을 해 나가는 곳 CRISIS Lab: ART OF APOLOGY입니다. by 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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